힐빌리의 노래, 흙수저 가족의 대물림 끊는 법, 스포와 결말

에이미 아담스, 글렌 클로즈, 헤일리 베넷과 가브리엘 바쏘의 가슴 뭉클한 연기와 줄거리

영화 힐빌리의 노래를 봤습니다. 스포도 줄거리도 몰랐지만 넷플리스에서 최근 공개한 영화라고 해서 무심코 클릭했다가 몰입해서 끝까지 보았습니다. 스릴과 액션, 그리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고 싶은 분에게 추천할 영화는 아닙니다. 힐빌리의 노래는 가족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행복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때론 고통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간에 안 좋은 일을 마주해야 할때 아픔은 처참합니다. 내 생살을 찢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기에 그 힘을 발판삼아 괴로움의 고리를 끊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J.D 밴스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힐빌리의 노래는 그 과정을 담담하나 배우들의 격정적인 연기를 통해 담아낸 명작입니다.  특히 에이미 아담스, 클렌 클로즈, 헤일리 베넷 세 분의 연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사실 전 배우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글렌 클로즈만 알고 봤는데 세 분 모두 눈빛 하나로 명연기가 무엇인지를 절실히 보여줍니다. 감동깊은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힐빌리 의미는 흙수저? 줄거리와 결말

힐빌리는 백인 노동자 계급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즉, 아메리칸 드림과는 거리가 먼 가난한 환경 속에 사는 교육 수준이 낮은 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흙수저 정도로 표현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은 그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닿지 못할 희망일 뿐이죠'라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J.D 밴스를 둘러싼 흙수저 환경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J.D 밴스는 '나는 가족 중 누구보다도 더 나은 삶에 가까이 다가갔다'라는 독백처럼 예일대생으로 유명 로펌의 면접을 앞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입니다. 물론 일을 3개나 하고 있으며 등록금을 늘 걱정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그래도 나아갈 기회를 가지고 있기에 행복합니다. 

하지만 유명 로펌의 면접을 앞둔 중요한 순간에 누나 린지의 위급한 전화를 받습니다. 늘 집안의 문제였던 엄마 베브가 또 헤로인을 과다복용했기 때문입니다. 하루 앞둔 면접 준비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J.D 밴스는 엄마의 병원 퇴원부터 요양병원을 찾아보는 일까지 갑자기 떠나있던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골치아픈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J.D 밴스는 할머니와, 엄마 베브, 린지 누나와 자신까지 3대에 걸쳐 내려왔던 아픔을 뒤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나라의 과거 60.70년대 이야기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랑하지만 늘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와 가난이 공존하는 가정, 가족을 위해 많은 부문을 희생할 수 밖에 없었던 누나, 그리고 주인공에게 '너는 기회를 선택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주는 할머니와 그로 인해 자극받아 예일대생이 되는 주인공의 모습까지.. 가족의 중요성과 애증에 대해 절절하게 토로하는 옛날 부모님 세대의 주말 드라마 같은 느낌도 물씬 듭니다.  사실 이 영화는 내용도 결론도 스포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브리엘 바쏘가 연기한 J.D 밴스는 실존인물이고 이 이야기는 흙수저에서 성공한 실화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다음 장면을 계속 기대하며 보게 만든건 줄거리의 감동도 있지만 글렌클로즈, 에이미 아담스, 헤일리 베넷 3사람의 명연기도 큰 것 같습니다. 세 명의 여배우가 가족의 상처와 그것을 극복하려고 몸부림치는 민낯의 모습을 더할나위없이 먹먹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에이미 아담스의 절절한 명연기

"내 평생 잘한 일이라곤 너랑 네 누나 낳은 것 뿐이야. 어떻게 이렇게 잘 컸는지"

엄마 베브가 동거남이 자신을 쫓아내면서 던진 물건들속에서  J.D 밴스의 사진과 물건을 소중하게 챙기면서 하는 말입니다.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베브의 말에  J.D 밴스는 슬픈 눈으로 나직하게 말합니다.

"우리가 잘 크긴 한 건가?"

(사실 보통의 가정이라면 패륜이라고 할 수 있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그 정도로 베브는 불안정하고 막 산 게 사실입니다. 알고 보면 베브도 자신의 불안정함을 이기지 못해서 한 행동이지만 엄마로써는 그러면 안되는 행동들이었습니다. )

이 때 울 것 같은 베브의 표정....정말 절절합니다. 엄마의 표정을 보고 이내 손을 뻗어 위로하는 주인공의 모습까지, 사실 엄마 베브는 영화내내 엄마라기보다는 엄마의 역활을 억지로 해야하는 불안정한 아이 같았습니다.  마구잡이로 남자를 바꾸고 환자의 약을 몰래 먹고, 욱해서 아들을 패는 것은 물론 자해도 하는 하는 엄마답지 않은 모습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에이미 아담스는 연기로 단순히 불안정한 모습뿐이 아닌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괴로움을 여실하게 표현합니다.



 

헤일리 베넷의 슬픈 눈망울

 주인공의 표현대로라면 구걸하다시피 해서 겨우 얻은 요양병원의 자리를 베브가 못 있겠다고 하자 열받은 주인공은 엄마에게 마구 쏟아냅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도 늘 이랬어, 엄마는" 이때 헤일리 베넷이 연기한 누나 린지는 "네가 모르는게 많아"하면서 어렵게 엄마의 어린시절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엄마도 같은 일을 겪었다"며 "우리가 겪은 것보다 더 심하게 불안정함 속에서 살았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불화에 대해 말해줍니다. 이유야 절절하지만 어찌됐건 엄마가 아빠를 불붙여 죽이려던 상황에서 어린 베브가 아빠를 구하려고 했던 장면들은 악습과 불안이 어떻게 되물림되는지 보여줍니다. 그런 엄마 옆에서 늘 더 괴로웠을 린지 누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편들어 줄수는 없지만 용서하려고 해. 용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도 없는 거야" 이 말을 할 때의 헤일리 베넷의 울 듯하지만 꿋꿋히 참아내는 표정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사실 되물림대는 악습은 누구나 끊기 어려운 일입니다. 보고 자란데로 또 자라나게 되는게 인간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주인공보다도 헤일리 베넷이 연기한 린지 누나가 가장 자신의 환경을 잘 극복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면서 자신의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용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도 없는 거야"라는 린지의 말도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글렌 클로즈의 강인한 카리스마

글렌 클로즈의 명연기 중 제가 꼽는 것은 헤일리 베넷과의 병실 장면입니다. 사실 병실 장면에서는 글렌 클로즈보다는 헤일리 베넷에게 먼저 눈길이 갔었습니다. J.D 밴스가 사춘기와 엄마에 대한 반항으로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을때 누나 린지는 

"죽을 수도 있었어요. 감옥에 가거나요. 내가 필요했을 텐데 옆에 있어주질 않았어요" 라며 마음아파합니다. 그래도 가족 중에 가장 똑바른 의식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는 "네가 아니라 엄마가 있었어야지"라고 정곡을 찌르지만 린지는 자신이 남자친구에게만 가 있었음을 괴로워합니다. 할머니는 이내 "린지, 너도 네 인생 살아야지. 니 동생은 니 책임이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린지는 "그럼 누구 책임이죠?"라며 울 듯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이 장면도 기억에 남지만 그 다음 글렌 클로즈가 보여주는 모습이 더 압권입니다 . 자신도 건강이 안좋아져 병원에 누워있던 상황이면서도 린지의 말에 자신의 딸인 베브의 행동에 대해 떠올리며 링겔을 뽑고 이를 악물고 병원에서 나가서 "모자란 놈들이란 어울리다가 쟤까지 모자란 놈 뙨다"며 불안정한 환경에 있는 J.D 밴스를 데려옵니다. 


"왜 저랑 있으려고 하세요?"의 가브리엘 바쏘의 질문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받아도 될까 말까야 .기회가 중요한 거야 , 노력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도 않아. 하지만 넌, 이제 선택해야 돼, 성공하고 싶은지 아닌지."라며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 주인공을 되돌리는 장면도 감동스럽습니다.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기회는 많지 않지만 노력해야 얻을 가능성이 그래도 생기며. 어린 시절에는 그 기회의 끈이 공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렌클로즈같은 할머니가 있었기에 주인공이 나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성공으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은 가족의 유산이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 2가지

두 가지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는 예쁜 모습이었지만 슬픈 모습이며 또 하나는 짠한 장면이지만 동시에 예쁜 장면입니다. 우선 눈부시게 예쁜 모습이지만 슬픈 모습은 13살의 할머니 모습이었습니다. 짧은 컷이었지만 13살의 소녀였던 할머니가 임신하고 가족으로부터 도망쳐서 당시 사랑하던 할아버지와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는 과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때 13살의 할머니가 그린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하더군요.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 하나만을 굳건히 믿는 그 어리고 맑은 얼굴...사실 그 나이의 아이가 있는 제게는 서글픈 생각부터 들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삶이라는게 사랑 하나만 믿기에는 너무도 버겁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가족 하나 없는 돈도 없어보이는 환경에서는요. 여리고 꽃같은 모습과 가슴아픈 생각이 오버랩되면서 마음 한자락이 시렸던 장면입니다.


짠하지만 예쁜 모습은 주인공 가브리엘 바쏘가 연인 우샤에게 면접 식사자리에서의 식사 예절을 알지 못해 다급히 전화로 물어보는 장면입니다. 서양인들은 늘 화려한 은식기에 코스별로 먹을거라고 상상하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힐빌리에서 자란 주인공에게는 와인을 골라야 하고 맨 바깥 식기부터 사용하는 그 과정들이 다 험난한 시험같게 느껴집니다. 이떄 친절하게 알려주는 우샤에게 주인공은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묻습니다. 

"나 왜 만나?"
"괜찮은 사람이고 포크 쓸 줄 몰라서"라고 우샤는 대답합니다.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아름다운 대사였습니다.  


영화평을 짧게 표현하자면~

보세요! 나를 있게한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하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또한 에이미 아담스, 글렌 클로즈, 헤일리 베넷과 가브리엘 바쏘의 명연기가 압권입니다. 몇 몇 장면은 배우의 눈빛을 보고 싶어서 다시 돌려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본 영화 중 최고의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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