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덫 결말 마지막 24회,서윤희 노영주의 행복과 눈물
- 힘들때 시간 잘가는 영화
- 2021. 4. 10.
드디어 대단원의 결말이다.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행복한 심은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이 청춘의 덫이 처음 방영되었을때는 노영주(유호정)의 아픔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 보니 영주가 얼마나 힘든 선택을 한 것인지 새삼 마음이 아팠다.
아래는 내가 곱씹으면서 본 명장면들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윤희, 원하는 건 단지 호적에 올릴 수 있는 아이 낳아 24시간 바라보면서 엄마 노릇하는 것. 눈물이 흐른다. (호적이라는 단어로 시청자의 마음을 후벼파는 김수현 작가의 필력이 새삼 존경스럽다)
"너 자신있는 거니? 그 남자에 대해 자신있고, 너 자신에 대해 자신있는거야?"
"내 처지에 뭐가 그렇게 자신이 있겠어 .자신 없어" 절친 수연의 질문에 솔직히 말하는 심은하.
"너 강동우는 다 털었니? 다 털고 결혼하는거야?"
"수연아, 나 아직도 그 사람 꿈꾸다 깨는 일 있어. 미련은 없어. 미련 없어도 흔적은 남아있나봐 꿈꾸다 깨면 우리 좋았던 지난 날, 우리 사랑 시체를 만진것 같아. 슬퍼. 그 사람 잘못되길 안 바라고, 나 잘못 안됐음 좋겠구. 그래"
참, 사랑이란 서글픈 거다. 불타오를때 너무도 좋지만 식어버리면 그 잿가루 하나하나에 목이 메이고 상처가 나는 게 사랑인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심은하의 대사는 더 울컥 마음을 울린다.
"이런 일 저질러 놓고 있잖니, 나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해. 행복하고 편안해지고 싶어. 사랑받고 대우받으면서 살아보고 싶다고. 태어나자 마자 금방 호적에 올릴 수 있는 아이 낳아, 출퇴근 안 하고 24시간 바라보면서. 그렇게 엄마 노릇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구, 혜림이 보내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생각해. 이렇게 뻔뻔해"
호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김수현 작가는 정말 대단한 분이다. 나 또한 혜림이 호적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난다.
강동우와 노영주의 결말
그리고 이종원과 유호정은 정리를 하기 위해 만난다. 남의 속도 모르고 날씨는 끝내준다라는 유호정의 대사처럼. 하늘은 화장하지만 그들의 결말은 서글픔 뿐이다.
"너 놓치고 그저 여자는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너처럼, 너하고 비교해도 될 사람은 절대 다시 없어" 내불행의 반은 아마 그걸거야"라는 이종원의 말에 "고맙다"며 내일 외국으로 떠난다는 유호정. 유호정은 끝까지 멋있었다.
김수현의 대본이 좋은 게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빼앗은 여자는 늘 악녀로 그려지는데 청춘의 덫에서 유호정은 심은하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고지식한 심은하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직접 다가가고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는 능동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유호정은 드디어 엄마에게도 이종원의 옛날 여자가 앙심먹어 온 잡지에 기사거리 준다고 그래서 어쩔수 없이 그만뒀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 동우 사랑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해"라고 못을 박는다. 유호정의 진심이 묻어있는 대사다. 이종원도 시작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유호정을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마지막에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종원은 이전의 나쁜 행동 때문에 불쌍하지는 않다. 심은하에게 그리고 혜림이에게 한 짓은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영주의 아픔,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은 노영주의 멋진 모습들
뭐랄까 어렸을때는 드라마도 단순히 선악의 기준으로 보았기 때문인지 눈에 불을 키고 동우를 욕하면서 윤희의 아픔만 느껴졌던 것 같은데 50대를 눈 앞에 둔 나이에서 다시 보니 노영주의 아픔과 결단, 그리고 외로움이 눈에 두고두고 들어온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알게된 후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서윤희(심은하)에게
"입 닫아요. 강동우 잡았으면 됬어요. 오빠는 살려둬요. 내 꽃밭 망가졌다고 오빠 꽃밭까지 망가뜨릴 생각없어요. 눈치 비슷한 것도 보이지 말아요"라고 하는 씬이나
(이 김수현 작가의 대사의 힘은 대단하다. 아마 이 이후로 가정이 꺠지거나 커다란 남녀간의 아픔을 꽤 많은 사람들이 "내 꽃밭~~'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호해 사는 고통, 남자를 속이는 마음의 가책 겪으세요"라고 서윤희에게 말하나
"상무님을(노영국) 사랑하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하는 윤희에게 커다란 눈망울로 쳐다보는 노영주의 모습도 짠하다.
(원래는 서윤희의 "할 수 있다면, 해도 된다면 결혼하겠어요"라는 장면이 나의 최애 장면중 하나였으나 나이가 들면서 유호정의 대사도 마음에 끌리는 건...아마 노영주 캐릭터가 가진 힘, 그리고 유호정도 너무 연기를 잘 해서인것 같다)
결혼을 취소한다고 하니 난리치는 엄마에게도 "야박한 소리 말랬지, 엄마 나 동우 사랑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해"라고 매듭을 자기 쪽에서 지어주는 모습까지.. 사실 서글픈 배역이겠지만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알고도 오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평생 가장 소중하게 가지고 싶었던 것을 내놓아버리는 노영주의 모습. 어쩌면 그래서 이 청춘의 덫이 오늘날까지 명작품으로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영주와 강동우의 아주 약간의 여지를 남겨준 엔딩까지도.
하지만 어쨌든 강동우가 행복해지는 건 국민정서상 안 맞을 것 같다... (라고 쓰고 사실은 난 싫다가 맞을 것이다. 난 오지랖이 좁다.)
윤희를 위해 뚝 떨어진 아파트로 들어가 산다는 가족들. 코끝이 찡하다.
"왜 심란해. 시댁 어른들 언니 내막 모르시는 것 때문에"
"걱정마, 그래서 우리 이사간단다. 아는 사람들 아무도 없는 뚝 떨어진 아파트 들어가 산데. 왜 있잖아. 어린 아이 양자들이고 비밀 샐까봐 딴 데로 이사가는거. 걱정 마. 설마 아무리 재수가 없어도 그것까지 재수가 없을까. 하나님, 부처님이 보호해주실거야"
심은하의 심란해하는 모습을 시댁어른들에게 과거를 말하지 않은 탓으로 오해하는 사촌동생이 하는 말이다.
"이모, 우리 이사간다며?
"할머니 아파트 살아보고 싶단다"
"거짓말...이 터에 새로 집 짓기로. 그게 이모랑 할머니 꿈이잖아."
"그리고 너 잘살아야지. 까짓 다른건 무슨 대수야"
"너만 잘 산다면, 우리 아오지라도 가"
난. 이모와 할머니의 대사가 좋다. 이 두분들의 대사를 보면 가진 게 많다고 행복이 아니라는 것, 어떻게든 심은하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귀애해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애로운 할머니와 할 말은 하는 이모의 하모니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나. 이제 행복해요~ 윤희(심은하)의 모습, 무슨 아파트나 가전 제품 광고 이상으로 아름답다.
그리고 드디어, 몇 년 후의 모습이 나온다.
"어머님 마음에 드세요?"
"마음에 좀 안들어봤음 좋겠다"
시어머니와 대화하는 심은하의 모습만 봐도 사랑을 담뿍 받고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너무도 고운 심은하는 외출을 위한 준비중이다. 효은이라는 예쁜 딸은 벌써 보행기를 탄다. 행복한 가정의 절정의 모습이랄까. 예쁜 아이. 자애로운 시어머님, 입안의 사탕처럼 잘 도와주는 도우미까지, 그리고 여전한 심은하의 젊음과 미모는 빛이 난다.
심은하는 예전에 전광렬이 사준 진주 목걸이를 채워달라고 한다. 그 때의 모습이란...전광렬만 나가기 싫게 하는 모습이 아닌, 시청자들도 계속 심은하만 보고 싶게 만드는 장면이다. 이 드라마 보고 진주 목걸이 좀 팔렸을 것 같다. 심은하에게 목걸이는 행복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부부동반 모임 참석으로 호텔에 들어가는 심은하와 전광렬, 그리고 그 옆 카페에는 이종원이 소개팅을 하고 있다. 이종원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소개팅녀에게 싸늘하게 거절을 한다. 그리고 차를 타고 떠나는 이종원의 머리속에는 유호정 뿐이다. 그래도 가장 적절한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죄없는 유호정이 겪는 슬픔이 안타까운 것 빼고는 나머지는 다 인과응보같다.
청춘의 덫 앞부분 줄거리와 명장면
청춘의 덫 결말과 줄거리, 서윤희 강동우 노영주 영국의 명대사 4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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