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식 교수님 첫 진료 5분, 하지만 확신이 생겼다.

이한별 교수님, 문형곤 교수님, 노동영 교수님 등은 서울대에서 유방암 명의로 알려지신 분들입니다.


저는 한원식 교수님을 8월 14일 처음 뵜어요. 뵙기 전에는 이 분께 수술해야 겠다는 확신이 있었던건 아니었어요. 메이저 병원 교수님들이야 다들 명의시지만 사실 서울대는 노동영 교수님이 가장 유명하지요. 하지만 제가 이리 저리 알아본 거로는 그당시 노동영 교수님은 퇴임을 얼마 안 남겨둬서 실제 수술 집도를 가장 많이 하시는 분이 한원식 교수님이고, 실제 의료진 사이에서도 노동영 교수님 못지않게 실력과 평판이 매우 좋은 분이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이한별 교수님과 문형곤 교수님도 유명하세요. 다만 제가 전화 예약할 때 가장 빨리 외래로 만나 뵐 수 있는 분이 한원식 교수님이었어요. 그리고 한 교수님과 노 교수님은 1기 이상만 수술하시고 상피내암의 경우 문형곤 교수님께 예약할수 있다고 안내받았습니다.



오후 1시 30분 예약인데 약 30분 정도 더 대기하다 들어갔어요. 한 원식 교수님도 다른 교수님들처럼 두 방을 왔다 갔다 하시면서 진료하세요. 제가 들어갔을 때는 교수님은 안 계시고 다른 의료진이 제 이름을 확인했고요. 그리고 저쪽 방에서 교수님이 성큼 걸어오시더라고요.  마르시고 키가 꽤 크세요.  특별한 설명 한 마디 없이 바로 진료부터 들어갔어요. 잠시 차트를 본 후, 제게 진찰실에 누우라고 하셔서 가슴 살짝 촉진하시고

"수술합시다" 가 전부였어요.


저도 더 이상 아무것도 안 물어봤고요. (사실 혹시라도 전 병원 결과가 오진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명의의 입에서 유방암이 확인 사살 된 거라 온 몸의 기운이 빠져서 더 이상 물어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한원식 교수님께 수술해야겠다"라는 확신을 가졌어요. 짧지만 차분한 말투, 신뢰감을 주는 눈빛, 그리고 그냥 온 몸에서 '나는 명의다'라는 아우라가 느껴졌어요. 뭐, 제가 그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실한 때라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어요. 후광이 비춰보였다고 하면 웃으실 텐데, 저는 진짜 그랬어요.

무엇보다 그 짧은 시간에 생면부지의 저에게 신뢰감을 주신 건 한 원식 교수님이 가진 능력이신 것 같아요.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한원식 교수님께 치료받을 때 단점도 많아요.

첫째, 한원식 교수님은 일단 뵙기 힘들어요. 환자가 너무 많아서요.

둘째, 말수가 아주 많이 없으세요.

보통 첫 진료 받으면 가장 간단한 버전은 저의 경우처럼

"촉진해봅시다" (진찰대에 누우라는 이야기임)

"음" (촉진하면서 암덩어리를 파악하면서)

"수술합시다" 일거구요.


그보다 좀 더 설명을 들으신 분들도

"크기가 작아서 부분절제할 확률이 높다" 또는 "크기가 커서 전절제할 확률이 높다"

"mri찍자" (거의 모든 유방암 환자가 다 찍어요.)

또는

"사이즈가 커서 항암을 하실 것 같습니다."

정도니까요.

참, 가족이나 친척 중에 유방암이나 관련 암환자 있으시면 꼭 "가족이 유방암 **기로 수술했었습니다"말씀하셔야 해요. 브라카 검사 오더가 날 거예요.


셋째, 진료가 너무 짧아요. 사실 다들 암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벅찰때예요. 교수님을 뵈도 무얼 물어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멍해지구요. 그런데 아까 위의 예시처럼 짧은 몇 마디 하시고는 환자가 멍하니 있으면 진료를 마무리 지으시고 옆방으로 가세요.


며칠을 고민하고 어렵게 예약하고 지방에서 새벽부터 KTX 타고 오신 분들이라면,

메이저 병원에서 살뜰한 진료를 예상하고  오신 분들이라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어요.

"뭐지? 난 몇 시간을 준비해서 오늘만 기다리고 온 건데, 이게 다 인가?" 싶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어서 허탈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한원식 교수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구요. 메이저 병원 대부분의 문제인 것 같아요. 교수님들마다 좀 더 다정하시거나 좀 더 엄격하시거나, 좀 더 설명을 잘 해주신다는 점만 다르지 다 그런 것 같아요. 앞서 제가 게시한 메이저 병원의 장단점을 보시면 더 정확할 거예요.

2020/06/02 - [유방암 정보] - 유방암 수술병원, 메이저 vs 근처 대학병원 (1편)


어느 병원을 가던지, 궁금한 게 있다면 꼭 적어가세요.  

(교수님과 면담을 통해 내 증상과 암의 예후에 대한 면밀하면서 밀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정서적인 위로도 받는 건, 제 경험상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환자는 진료 보러 간 거잖아요. 궁금한 것은 꼭 적어가서 물어보셔야해요. 한원식 교수님만 봐도 워낙이 바쁘셔서 그렇지 적어가면 하나하나 친철하게 다 답변주셨어요. 전 수술 후 첫 외래 때 질문할 걸 노트 두 바닥 가득히 적어갔어요. 그림도 그려서, 그거 다 하나하나 답변해주셨어요.


그리고 또 한원식 교수님이 이전 병원에 떼어준 각종 서류와 차트를 1,2분 보시고 다른 설명없이 바로

"수술합시다" 바로 말했다고 심각한 게 아닐까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원래 그러세요. 그리고 사실 이 때는 명의도 별다른 말을 할 게 없어요. 어차피 병원을 서울대로 옮기면 다시 다 검사한 후에야 치료 방향이 나오는데, 아직 검사도 안했잖아요.





진료비 영수증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중증적용된 금액이라 32280을 수납했네요.


"서울대 병원 첫 진료 보러 가는데 검사도 하나요?"

"수술 전 검사 뭐 하나요? 금식해야 하나요?"

"수술 날짜는 언제 정해지나요?" 등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에 작성할 게시물을 확인하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위의 내용을 포함해 유방암 수술전 검사에 대해서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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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9 - [유방암 정보] - 조직검사 슬라이드 염색 등 유방암 수술 전원서류까지 챙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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