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내 생애 단 한번

말기 암 환자인 젊은 엄마의 유언은 "언제나 씩씩하고 아빠가 새엄마를 모시고 오면~"

암 환우 추천 도서 2번째다. 사실 '내 생애 단 한번' 이 책은 암환우 추천 도서에서 제외하려고 했습니다. 이미 장영히 교수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암투병기 추천 도서 첫 번째로 썼기 때문입니다. 


원래 저는 장영희 교수님의 책을 좋아합니다. 돌 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로 휠체어나 목발이 없으면 이동 자체가 힘든, 사회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장 교수의 글에는 늘 사람과 사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굳이 빼려고 한 건 제가 장영희 교수님 책을 편애하기 때문입니다. 한 분 책만 쏠려서 소개할까봐^^조심스럽더군요. 하지만 다시 한 번 '내 생애 단 한번'을 읽으면서 마음을 바뀌었습니다. 장영희 교수가 겪은 삶에 대한 시선과 자세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선, 내 마음을 울렸던 세 개의 이야기를 옮겨보겠습니다.


(참고로 이미 소개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도 장영희 교수의 암 투병에 대한 내용은 두 서너개의 단상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 내 생애 단 한번'은 본인의 투병에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아마도 유방암 투병 이전에 작성한 글이어서 더 그럴것입니다. )






말기암 환자인 젊은 엄마가 아홉 살과 일곱 살짜리 아들들에게 남긴 유언은 '언제나 씩씩하고, 아빠가 새엄마를 모시고 오면 새엄마에게 잘해 드려라"라는 것이었다. 엄마를 묻고 온 날 밤 두 어린 형제는 마주않아 아빠에게 편지를 썼다

'아빠, 우리 항상 씩씩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새엄마 데리고 오지 마세요.'


 며칠 후 기자가 다시 형제를 찾아갔을 때 아홉 살짜리 형은 웃는 얼굴로 "안녕하세요?'하며 기자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엄마 보고 싶지 않니?"

기자가 묻자 아이는 갑자기 군인처럼 손을 양옆에 붙이고 꼿꼿이 서더니 목이 터져라 소리질렀다. 

"넷, 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저 씩씩해요!"

순간 나는 분명히 카메라가 흔들렸다고 생각한다.  


발췌:  '내 생애 단 한 번', p27

아이를 가진 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이 세상에 아이만 두고 내가 떠나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젊은 엄마의 유언이 더 애달픈 건 .이젠 그런 일이 꼭 저 멀리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리라.




다른 하나는 편견에 대한 글입니다. 유학 중에 잠시 한국에 돌아와있던 장교수는 동생을 따라 생전 처음 명동에 갑니다. 

달리 입을 것이 없었던 나는 군데군데 거의 올이 보일 정도의 낡은 청바지에 내 몸이 둘은 들어갈 정도의 넉넉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나의 기준은 철저하게 디자인은 편한 것, 색깔은 세탁을 자주 할 필요 없는 것 이었다.

갑자기 동생이 원피스를 입어보겠다고 한 가게로 들어가고  마침, 그 가게는 장교수는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문턱이 높아 밖에서 기다립니다. 문제는 동생에게 세련된 가게처럼 아주 아름다운 미소를 띄우며 인자했던 가게 주인이 무심코 장 교수를 보고 갑자기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내 뱉는 말입니다.

"나중에 와요. 손님 있는 거 안 보여요? 지금은 동전이 없다구요!"

순간 그소릴 들은 동생이 옷을 입다 말고 탈의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사람을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예요? 우리 언니는 박사예요. 박사. 일류 대학을 나오고, 글도 쓰고 책도 내는....."

길다란 흰색 원피스를 한쪽 어깨만 걸친 동생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분노의 여신 같았다.


-중략-


사실 따지고 보면 그녀의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신체 장애는 곧 가난, 고립, 절망, 무지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사회가.......

                                                                 

발췌:  '내 생애 단 한 번', p63

이후 장교수의 옷 선택 기준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실용성보다는 문자 그대로 '거지처럼 보이지 않는'데 기준을 둔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더없이 씁쓸했던 것은 사실 나 조차도 이런 편견이 아예 없었을까? 라는 질문에 확실하게 '없었다'라고 말하지 못해서 였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내가 가장 울컥하면서 읽은 글입니다. '실패없는 시험'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입니다. 성적은 좋았지만 신체적 장애때문에 시험조차 보기 힘들었던 장교수가 아버지가 교수로 있는 부속 중학교 시험을 겨우 보게됐지만


단 체력장을 면제해 줄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일류'에 속하던 그 학교의 소위 말하는 커트라인은  -4개였고 체력장에서 기본 점수밖에 받을 수 없는 나는 아예 처음부터 4점을 까먹고 들어가야 했다. 그것은 학과 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틀리면 불합격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내게 사활의 문제였다. 부모님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만 어린 마음에도 본능적으로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한 가지, 학과에서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발췌:  '내 생애 단 한 번', p133


이 글에서 나는 어린 장교수의 마음이 떠올라 울컥했고 동시에 그런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마음 또한 어떘을까 싶어 눈물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글 들 때문인지 장영희 교수님의 책들은 내게는 심금을 울리는 책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내 생애 단 한번, 총평

암 관련 도서는 아닙니다.(이 글의 카테고리는 암환우, 암관련 추천 도서 입니다.) 하지만 암환자나 보호자, 그리고 일반인들 모두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글입니다. 뭐랄까? '너는 지금 괜찮다.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라는 메시지를 남겨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읽다가 마음이 훈훈했다가 때론 울컥하기도 하지만, 결국에 나도 잘 살아야지 다짐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암 관련 추천 도서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읽어볼 만한 이야기

재발, 제발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