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행복,인생수업,엄마수업 등 주옥같은 책, 재발했을때 가장 큰 위로줘

인생수업, 스님의 주례사, 엄마수업, 법륜스님의 행복까지


 암이 재발했을 때 제게 가장 큰 위로를 주신 분은 법륜스님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불교 신자가 아닙니다. 법륜스님의 말씀은 재발하기 한두 달쯤 우연히 유투브에서 즉문즉설 동영상을 접한 게 처음이었습니다. 질문자인 시어머님이 가톨릭 신자인 며느리를 불교로 억지로라도 개종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는데 그에 대한 법륜스님의 말씀이 참으로 지혜롭고 속시원했습니다. '참, 이런 분이 계셨지' 싶어 연결된 동영상을 더 듣고 내린 결론은 '이거다!'였습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껏 거의 매일 스님의 말씀을 한두 개씩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유명한 책 대부분을 읽어보았습니다. 행복한 인생을 묻는 이를 위한 지침서라는 타이틀을 단 '인생수업'도 뜻 깊었고, 사랑과 자녀 양육에 대해 말씀해주신 '스님의 주례사'와 '엄마수업' 도 꼭 읽어보아야 할 책입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은 '법륜스님의 행복'입니다.


책들은 모두 제가 암환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서 읽어서였기에 무엇보다 악성종양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만약, 양성종양이라고 하면 "아이고 감사합니다"하면 됩니다. 만약 '악성종양이었으면 어땠을까'하고 한번 생각해보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설령 악성종양이라는 결과가 나와도 방법을 찾아 치료할 수 있으니 천만다행이지 않습니까. 만약에 1년 후에 알았다면 지금보다 치료하기가 더 어려워졌을 거잖아요. 또 치료는 의사가 하는 것이니 의사에게 맡기면 됩니다.  혹시 수술하다 죽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건 그때 가봐야 알 일이에요. 미리 걱정한다고 수술이 잘되고, 걱정 안 한다고 수술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길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잘될 거라고 믿고 기도하는 겁니다.

'수술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다른 하나는 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계기로 삼는 겁니다.

'천년만년 살 것 같더니 육신이란 이렇게 하루아침에 허물어지는 것이로구나! 이 육신에 집착할 바가 아니구나!'

이렇게 알면 남은 인생을 조금 더 가볍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발췌: 법륜스님의 행복, 법륜스님 지음




사실 제가 재발했을 때 지인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수술만 해줄 수 있어도 복 받은 거라고, 수술만 해주면 괜찮은 거라고" 사실 그 분은 친정 아버님이 심장병으로 서울대에 입원하셨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 병동에서는 어르신들이 다들 누가 나 수술 안 해주나, 언제쯤 수술할 수 있을까 하고 목 놓아 기다리신답니다. 그 말을 듣고 문득 부끄러워졌습니다. 나도 내 슬픔만 보고 있구나 싶어서요.


그리고 어떤 책이었는지, 즉문즉설이었는지조차도 가물가물하지만. 제가 재발한 후, 복원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을 때, 해답을 주신 것도 법륜스님이었습니다. 스님은 "고민된다는 건 어떤 쪽을 결정해도 비슷비슷한 장단점이 있다는 거다. 한 쪽이 확실히 확신이 있다면 사람은 고민하지 않는다"며 결정은 동전을 던져서 하되 그 결정에 최선의 책임을 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동전을 던져서 결정한다는 것, 스님의 말씀을 처음 듣는 사람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때 아주 작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겨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맞는 말씀이셨습니다. 복원은 해도 고민이고, 안 해도 고민이었던 문제였습니다. 복원수술을 할 건지 말 건지 당일까지 정해야 해서 병원 복도에서 진료도 다 끝난 환자가 4시간이 넘게 앉아서 고민에 고민을 했던 건, 결국 저도 두 개의 장점 모두를 갖고 싶어서 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님의 말씀처럼 저는 그 때 내린 결정에 최선을 다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아직까지는 후회가 없습니다.


또한  법륜스님의 많은 책과 동영상 중 가장 많이 본 주제는 아마도 사춘기와 자식에 관한 내용이었을겁니다. 제가 처음으로 유방암 수술을 한 시기는 큰 아이 중학교 1학년 가을이었습니다. 재발은 1년 후니 2학년 가을이었구요. 지금은 3학년 가을입니다. 이 시기는 아이들이 제일 엄마 말을 안 들을 때입니다. 저희 아이는 기본적으로 기질도 성향도 순했지만, 그래도 제겐 더 순했던 아이라서 변해가는 사춘기 초기에 저와 아이 모두 적응이 필요했습니다. 뭐랄까? 갑자기 엄마가 하는 말은 투명 유리에 반사되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더더욱 잘해주고 알려주고 관심이 생기는데, 아이는 멀어지고 싶어하고, 싫어하는 양극단의 시기죠.  그런데 법륜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이 사춘기때는 부모가 없는 게 가장 좋다" 처음 들었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던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스님의 책과 말씀을 듣다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맞는 말씀이셨습니다.  영유아기와 초등학교 때까지가 따끈하게 아이에게 관심을 보여주어야 좋은 시기였다면 사춘기부터는 아이와 멀어지는 연습을 해야 할 때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말씀을 따라서가 아니라 큰 아이의 사춘기가 위의 언급했던 수술을 하고 치료를 하고 또 수술을 했던 시기라, 기운이 없어서 아이에게 관심을 서서히 줄여갔던 때입니다. 사실 저도 나름 극성엄마였습니다. 아이가 자지 않는데 엄마가 먼저 잠드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며, 좋은 엄마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공부도 꼼꼼하게 관리하고 싶어했고, 프리랜서로 작은 돈이라도 벌고 싶어했으며 많은 교육서와 아이에게 필요한 책들을 미리 섭렵하는 욕심쟁이였습니다. 뒤돌아보니 아마도 그 시기에 아프지 않았다면 큰 아이와 저는 더 큰 트러블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아팠던게, 그래서 원래의 욕심과 아이에 대한 관심을 점점 더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던게 아이와 저 모두에게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남의 인생에 간섭하면 일거리만 많아져요. 부모든 형제든, 자식이든 그들 인생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인생이 피곤해줍니다. 그러니 남의 인생에 간섭하는 것을 조금 줄이고, 각자 자기 나름대로 살도록 놓아두세요. 도움이 필요없다는데도 가서 도와주겠다고 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그땐 능력껏 도와주세요. 그때 비로서 남에게도 도움이 되고, 내 인생도 한가해집니다.


발췌: 법륜스님의 행복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로써, 마음깊이 반성이 되는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스님의 책은 남이 변해야 하는 게 아니고 내 마음이 변해야 한다는 말씀을 기본으로 알려주십니다. 맞는 말입니다. 내가 변해야 합니다. 내 마음이 변하면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도 그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길이 조금씩 더 보이는 게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발췌: 법륜스님의 행복


암환자에게 추천한다면!

아직 수술 전이라면, 그리고 표준치료를 시작하기 전이라면 사실 암관련 도서가 오히려 도움이 안 될수 있습니다. 망망대해에 혼자 버려진 듯한 고통과 괴로움. 그 지옥같은 시기에 다양한 결과와 치료에 대한 암 관련 도서가 어렵고 무섭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오히려 정신 수양에 도움이 되는 책들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법륜스님의 행복부터 인생수업, 엄마수업, 스님의 주례사까지 모든 글들이 제가 마음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천천히 서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암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그리고 비종교인인 일반인들 모두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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