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탄. 유방암 이야기,부분절제 1년 후 재발, 서울대 가슴 전절제 수술 시간, 후기

4탄, 놀바덱스디정도 꼬박꼬박 먹었는데 허탈하다. 전절제 미복원일때 유두를 살릴 수 있을까? 내부 감각도 사라진다. 

저는 유방암 부분절제로 수술 한 후 1년 검사에서 재발한 암환자입니다. 첫 수술때 암의 크기가 2cm정도였고 ki지수도 매우 낮았습니다. 순한 암으로 항호르몬제만 잘 먹으면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서울대 수술 안내 책자에도 '부분절제 후 재발 확률이 1%' 라고 적혀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안일하게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재발했습니다. 단 1% 확률, 하지만 내가 걸리면 내개는 100%라는게 과학적인 확률의 진실입니다. 허무하더군요.


제가 재발 가능성으로 불안에 떨며 추가 검사가 잡혀있을때 1년 검사로 따로 뵌 방사선과 교수님도 기존 데이타만 보시고 "수치가 아주 좋은 상태"라며 "놀바덱스디정 잘 드시죠?  괜찮으실 겁니다"라고  말씀하셨을 정도였으니까요. 

"저, 재발 가능성이 있어 유방 mri 검사 다음주에 해요"라는 말에 한 마디에 교수님도 순간 당황해서 "어? 환자분이 왜?" 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참, 유방암 부분절제, 전절제 수술 후기는 총 5탄으로 글을 올렸고 이 글은 전절제 수술 전까지의 과정을 담은 4탄입니다. 전절제 수술 전까지 과정은 4탄, 수술대 이후 과정은 5탄을 참고 하세요.  부분절제 수술은 2탄과 3탄에 올렸습니다.)


사실 부분절제때만해도 난 생애 한 번의 고난일 겻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왕 닥친 거 긍정의 아이콘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지내자라는 의미에서 수술 끝나고 바로 기록도 남겼습니다.  그에 반해 생각지도 않았던 재발은 사람 마음을 참 무너지게 만들더군요.


 '가슴에 이번에도 뭔가 만져지는 게 없었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싶고 '하루라도 빼먹을까봐 날짜까지 적어가며 먹은 놀바덱스디정이 왜 효과가 없었나?' 싶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뭐랄까. 내가 뭔가를 잘못했다면. 하루라도 약을 안 먹었다며. 음식을 막 먹었다면 그거라도 원망할텐데. 저는 부분절제 후 1년 동안 일도 쉬었고, 큰 스트레스도 없었으며, 술과 담배는 원래 피우지도 않았고, 건강을 위해 어릴때부터 커피보다는 따끈한 물을 좋아하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타목시펜도 1년 동안 총 3번 잊어먹고 안 먹은 것 말고는 빼놓치 않고 챙겼습니다. 그 정도면 잘 한거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재발 이후  '인생의 고난도 다 배울 것이 있다'라는 1년 전 긍정적인 마음은 온데 간데 없고 허탈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타목시펜 성분의 놀바덱스 디정 먹고 1년 넘게 부작용인 심한 불면증에 시달린게 내 몸에 죄라면 죄였지요. 첫 발병했을때는 나름 이유라도 있었지만. 애지중지 보낸 1년 후 재발이라니. 억울했습니다. 이 때가 참, 인생에서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그래서인지 시간대별로 적은 부분절제 후기에 비해 전절제 후기는 절차순이 아닌 감정 순으로 뜨문뜨문 기억이 납니다. 


전절제전 주어진 선택권 (전절제 미복원, 전절제 보형물, 전절제 복부복원 등) 도 제 마음을 어지럽힌 요인중의 하나입니다. 수술 후 치료과정도 어찌될지 몰라 심란한데 당장 정해야 하는 것은 치료가 아닌 재건이었습니다. 갑자기 암환자가 아닌 성형 환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쳐 미복원을 선택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민했던 시기였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후회와 미련이 남을 것 같았습니다. 복원과 미복원에 대한 정보는 따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유방절제 수술을 하는 환자는 성형외과나 유방외과 병동으로 입원합니다. 차이점은 유방외과 입원환자는 복원을 안 하는 환자이거나 부분절제 환자이고 성형외과 입원환자는 유방 복원을 선택한 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방외과 병동에서는 40대인 저도 젊은 편에 속했습니다. 첫 수술은 받은 2년 전에는 옆 다인실에 미혼의 30대 초반의 아가씨 환자가 좀 있었는데 특히 재발로 입원한 작년에는 유독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입원 첫째날과 둘째날

서울 유방외과 병동은 1인실, 2인실, 3인실, 5인실로 나뉩니다. 저는 5인실을 신청했고 제 자리는 5인실 중 가장 좁은 3개의 병상이 줄줄이 있는 가운데 자리였습니다. 즉 양 옆이 커튼으로 쳐 있지만 커튼 너머 바로 다른 환자가 있는 구조입니다. 채광이 좋은 창가에 비해 확연히 짐 놓을 자리도 좁아 환자들이 선호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저는 보호자인 남편을 수술날부터 오라고 했기 때문에 무섭지 않아 오히려 괜찮았습니다. 첫 날은 부분절제 수술때처럼 정말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일부 수술 전 검사 중 보완하거나 추가해야할 환자가 아닌 이상 그냥 저처럼 입원하고 휴식을 취하는 환자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나는 두 번째라  그냥 휴가왔다 생각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참, 입원시 병동에서 간단한 문진표와 함께 혈압과 몸무게, 팔뚝 두께를 재었고 연이어 담당 간호사님이 병동내 공용 정수기 , 전자레인지, 보호자 화장실 등의 위치까지 알려주셨습니다. 둘째날도 부분절제 수술할때처럼 수술 전 검사를 했습니다. 크게 아프거나 힘든 검사는 없습니다. 상세 검사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2탄과 3탄을 참고하시면 자세하게 기록하였습니다. 교수님은 전날 회진때 얼굴 뵈었습니다.

참, 매일 꼬박꼬박 영양제처럼 챙겨먹던 놀바덱스디정은 입원과 동시에 의료진의 지시로 먹지 않았습니다. 수술 이후에는 오전에 간호사님이 놀바덱스디정(타목시펜)을 날마다 따로 주셨습니다.  


수술 당일, 미용실에 갔다왔어요

재발이며 전절제 수술할때도 오후 수술이었기에 오전에 간호사님께 빈 시간을 물어보고 서울대 지하 미용실에 다녀왔습니다.  (대한 외래쪽에 박준 헤어인가? 미용실이 하나 있습니다.) 수술 전에 평소 멋쟁이와 거리가 먼 제가 굳이 미용실에 다녀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미리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지만, 누군가 불쑥 올 수도 있고 가뜩이나 암환자라는 초췌함에 게다가 가슴도 전절제할 건데, 머리카락까지 떡져서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커트도 아닌 샴프만 18000원 정도 하는, 평범한 주부인 제게는 고가의 비용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서울대 입원 중 가장 잘 한 일 같기도 합니다. 여자라면 다들 아실겁니다. 머리라도 깨끗하게 샴프하고 드라이하면 위안이 됩니다. 특히 마음이 비참할때요. (퇴원할 때까지 2일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서 머리 감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가는 제 커트 비용보다 일 회 샴푸 비용이 더 비쌌지만 그때는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샴푸에 대해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수술 이후 병원에서 남편이 손수 해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다인실 화장실은 깔끔했지만 우리집도 아닌 불편한 곳에서 물 튀기면서 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한 요인입니다. 물론 집에 와서는 날도 춥고, 몸도 부분절제때와 달리 많이 힘들어 남편이 한 1.2주 감겨 주었습니다) 


전절제 미복원인데 유두를 살릴 수 있나요? 미복원, 내부 감각도 사라진다.

수술날 오전에는 어쩌면 혼자 있는게 안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게, 평소 걱정은 많지만 낙천적인 저도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내내 울었습니다.  별 이유는 없었습니다. 사실 전 재발하고도 거의 울지 않았습니다. '운다고 재발한게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라는 현실적인 이유였지요.  근데 수술날 아침은  그냥 마구마구 울었습니다. 남편 오기 전, 수술이 오늘이 아닌 옆 침상의 환자분들이 식사를 하실때도 커튼을 쳐놓고 숨 죽여서 줄줄 울었습니다. 놀바덱스디정(타목시펜)을 혹여 까먹을까봐 매일 맞추어 놓은 8시 50분 알람이 울릴때도 속절없이 울었습니다. 그냥 내 신세가 처량했고, 전절제 미복원이라는 결정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100%확신도 없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몇 년 후에 복원할거면 유두를 살려달라고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레지던트 선생님께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수술 당일날이고 이미 결정권을 지닌 선배 의사들은 수술실에 들어간 상태에서 제가 질문한 것인지 레지턴트가 매우 당황하던군요. 사실 '이렇게 시간 다 되서, 왜? 지금? 이러실 거면 어제 교수님 회진때 말씀하셨어야죠' 라고 짜쯩이 확 올라온 얼굴이었는데 내 얼굴이 이미 눈물 범벅이었고, 목소리는 울어 잠긴 상태라 레지던트도 억지로 짜증을 눌러서 친절하게 말해주려고 나름 애쓰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사실 어제 한원식 교수님이 수술 전 마지막 회진때 하셨던 말도 "왜 굳이 복원을 안 하시느냐?"였습니다. 아직 40대 환자에 재발했지만 역시 2cm정도에 속도가 느린 호르몬 양성 유방암인 것 같은데 (실제는 삼중양성이었습니다.)  '복원을 하시지'라는 안타까움이 느껴져 순간 울컥했었습니다. 하지만 전 너무도 고민하면서 미복원을 선택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찌됐건 담당 레지던트의 최종 대답은 "전절제시 유두를 살릴 수 없다"였습니다. 예상했던 대답이라 수술 전 가만히 병상에 앉아 제 가슴을 손을 대었습니다. 이제 "영원히 이 감촉은 없겠구나" 싶어 이상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자면 왼쪽 가슴을 전절제 미복원한다는 것은 피부 표면 감각 외 왼쪽 유두에서 시작되는 내부 감각들도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그 감각이 지나가는 조직이 모두 삭제되는 것입니다.




써지브라, 피부트러블이 너무 심해서 삶아서 다시 사용했어요

수술 순서는 재발때도 마지막이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해도 약 3명정도가 같은 시간대에 잡혀있는 것 같았습니다. 첫 부분절제때보다는 빠른 12시 30분쯤 데리러 왔습니다. (수술 순서는 전날 간호사실 에서 알려줍니다. 당일 몇 시쯤 수술장에서 환자를 데리러 오는 지도 간호사분이 언급을 해주십니다. )

첫 수술때처럼 1회용 모자를 쓰고 1회용 신발을 신고 속옷을 모두 탈의한 채 병원복만 입고 휠체어를 탑니다. 타기 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은 화장실만 한 번 다녀오면 됩니다.  다만 이때 저는 손에 소독한 써지브라를 지퍼백에 담아 가지고 갑니다. 제가 부분절제때 사용했던 써지브라를 그대로 가져와서 다시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보았거든요. 한가지 짚어보자면 전 그 정도의 짠순이가 아닙니다. 다만 부분절제 때 서지브라로 인한 트러블로 너무도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전절제 수술이 결정되고 깨끗이 빨아 보관했던 서지브라를 두 세번 더 열탕소독해서 가져왔습니다.  참고로 저는 원래 피부 트러블이 없었던 피부입니다. 평생 알레르기나 아토피 쪽은 고생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부분절제 후 서지브라가 닿는 부분이 너무 간지럽고 따갑고 빨갛게 부풀어올라, 결국 간호사 선생님의 지시를 어기고 퇴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벗어버렸습니다.  의료진의 말을 모범생처럼 꼬박꼬박 따르는 스타일인 제가 그랬다는 것은 그만큼 피부 트러블이 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죽하면 유방암 수술 부위보다 서지브라 닿는 부분이 더 쓰리고 아팠습니다. 그래서 제 짧은 생각에 병원에서 새 걸로 주는 서지브라보다는 여러번 빨아서 면이 좀 낡아진 써지브라가 제 피부에 자극이 적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제 예상이 맞아서인지 전절제 때는 부분절제때와는 달리 수술 후 첫 외래때까지 의료진의 지시대로 써지브라를 계속 차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차가운 수술장, 수술대 위에 누우면 팔과 다리를 고정합니다.

수술장 앞에서는 한 5분, 10분 정도 대기한 것 같습니다. 휠체어를 밀어주신 병원 직원분은 가시고 남편과 같이 대기하고 있으면 됩니다. 수술장에서 부분절제 때와 똑같이 의료진이 나와서 이름을 호명하고 인적사항을 다시 확인한 후 수술장으로 들어갑니다. 


차가운 공기의 수술장안으로 들어가면 수술대 위에 천천히 누우면 됩니다. 가지고 있던 서지브라는 이때 의료진에게 넘깁니다. 눕고 나면 의료진이 자세를 다시 잡아주고 손과 발을 움직이면 안 되기에 느슨히게 묶습니다. 제 오른쪽 발에는 혈압측정기를 세게 착용합니다. 유방암 수술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살피는 것 같습니다. 자세를 잘 잡아 눕고 나면 코와 입쪽으로 산소 마스크 같은 것을 씌워줍니다. 마취제가 씌워주자 마자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난 왜 마취가 안 되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순간 기침이 마구 나왔습니다. 뭔가를 잘못 들이마실 때 폭발적으로 나온 기침입니다. 이러다 잠들어도 괜찮은 건가 의료진께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몇 번 기침을 하고 난 다음은 기억이 없습니다. 블랙 아웃된 겁니다. 이제 유방의 암을 제거하는 수술이 시작됩니다. 


수술장 이후 과정은 5탄을 참고하세요. 5탄까지가 전절제 후기입니다.


(참. 그리고 부분절제와 전절제 수술 시간 차이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것 같은데 전절제 미복원이면 부분절제때와 크게 시간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즉, 1시간 정도 라고 보시면 됩니다. 단, 전절제 복원이면 보형물 복원인지, 복부 복원인지에 따라 수술 시간 차이가 큽니다. 즉 보형물 복원은 전절제 시간+ 1시간 또는 1시간 30분 정도 추가하시면 됩니다. 복부복원은 하루에 한 명만 수술합니다. 즉, 10시간 정도는 걸리는 대수술입니다. 대략적인 내용이니 추후 자세한 정보는 복원수술관련 파트에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또한 비용은 저의 경우 부분절제때는 인공진피같은 비급여를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매우 낮게 47만 원 선이었습니다. 전절제  때도 72만 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저는 전부 다인실을 사용했고. 비급여 항목이 서지브라 정도로 적었습니다. 복원도 하지 않았구요. 비급여 항목이 들어가면, 복원을 한다면, 입원실이 다인실이 아니라면, 다른쪽 가슴도 예방적 전절제를 한다면 당연히 비용이 몇 백에서 천만원 이상까지도 올라갑니다.  제가 지불한 상세 비용은 추후 유방암 이야기- 영수증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유방암 정보  10.13

5탄. 재발, 곽청술은 피했지만 전절제 후 배액관양이 줄지 않아 퇴원이 늦춰졌다.


유방암 이야기

재발, 제발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