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병 윤지회 인스타 암투병기

암환우가 추천하는 위암 4기 투병기, 감동과 눈물이 밀려오는 웹툰입니다


윤지회 작가가 쓴 투병 웹툰 사기병은 총 3번 빌렸고 3번째에 읽은 책입니다. 처음 2번은 빌렸지만 읽지 않고 반납했기때문입니다. 처음 윤지회 인스타 웹툰인 사기병을 빌린 것은 티스토리를 시작했을때 '사기병'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집까지 무겁게 가져와서도 읽지 않았습니다. 아니. 읽지 못했습니다. 암환자로써 암환자의 웹툰을 본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한 껏 발랄한 표지였지만 표지만 봐도 슬퍼졌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도서관에서 빌리기만 했다가 바로 반납했습니다. '그래도 추천한 사람의 정성이 있는데 한 번 읽어보자"라고 다짐했다가 처음 펼친 페이지의 '버킷리스트'라는 소제목에 급 눈물이 나왔기 때문에 다시 책을 덮어야 했습니다. 젊디 젊은 그 나이에 버킷리스트를 적는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짐작이 가면서 마음이 아려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40대 후반입니다. 암에 걸리고 나니, 그래도 고마웠던 게 나는 이미 출산을 끝냈고 아이들은 그래도 10살은 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자라면,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아이들의 어린시절이 엄마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엄마의 에너지를 요구하는 시기인지를, 그런데 사기병의 윤지회 작가는 그냥 봐도 저보다 한참 어렵고 '엄마 삐용삐용 가떠?'라는 두 돌잡이 아들이 있었고 그리고 4기 환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이, 그 상황이 그려지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애써 책을 추천해준 사람에게는 공연히 '니가 안 아파봤으니까. 이런 책을 암환자에게 추천했지. 너 안 아파봤지? 이 책은 마디마디 눈물이 날 것 같아' 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마저 들었습니다. 


며칠 전 책을 빌리고 나서도 사실 읽기 전까지는 추천 도서로 쓸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사기병을 읽고나서 내 걱정이 지나친 기우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기병은 윤지회 작가가 서두에 적었듯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항암 일기를 써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인드로 완성된 책입니다. 저처럼 미리 지레짐작으로 마음아파하며 접근하지만 않는다면, 처음 암환자가 돼서 느낀 생경함부터 두려움, 항암 치료의 고통부터 그래도 살아있음을 느끼는 행복감. 일상의 소중함까지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웃음을 띄우며 볼 수 있는 웹툰입니다. 보세요. 마음에 눈물과 함께 감동이 이는 암투병기이며 웹툰입니다. 


감동스러웠던 장면이 많았지만 글로 짧게 옮겨보고, 사진으로는 저작권에 문제가 될까봐. 딱 더섯 개만 고르고 골라올립니다. (문득. 윤지회 작가 인스타에는 올라와 있나? 그럼 더 올려도 되나? 궁금증이 들었다가, 그건 아니겠지 싶고, 전 인스타를 해본 적 없는 구시대 사람이라...그냥 소심하게 몇 컷만..올려봅니다.)




수술 대기실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저자가 같이 수술을 기다리는, 처음보는 아주머님 환자에게 "나는 두 번째 수술이야. 그래도 수술 받을 수 있어 감사해"라고 위로해 주는 내용입니다.  제가 재발했을때 아는 지인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수술만 할 수 있으면 괜찮은 거라고, 시어른이 심장문제로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같은 방 심장병 환자분들이 모두 수술만 해 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그 당시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잘 압니다. 수술할 수만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입니다. 


'위암 4기입니다'

'4기라면.....'

'말기예요' 라는 외과의사의 한 마디에 숨죽여 울었다가


'힘내요. 4기라도 항암 치료 받으면서 잘 지내시는 분도 계신답니다' 라는 간호사의 따스한 한 마디에 참지 못하고 울어버린 웹툰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위암 4기, 5년 생존율이 7%라는 사실에 죽는다는 꼬리표를 떼내지 못하다가도 '오늘은 살아있네'라는 컷에서는 저자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느낄 수 있어 따스해집니다.




하지만 처음 겪는 항암투여로 육체의 고통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도 만화로 표현합니다.




버킷리스트라는 소제목의 컷도 찬찬히 보았습니다. 사기병 윤지회 작가의 버킷리스트는 아들이랑 야구장 가기, 아들이랑 워터파크 가기, 아들이랑 내 그림책 읽기, 아들 초등학교 보내기 등이었습니다. 내 눈물을 터트리게 만든 대목이지요. 아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이라는 걸, 윤지회 작가는 웹툰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아마조네스 스토리의 유방암 이야기 카테고리에 올리고 있는, 제가 쓴 글에서도 유방암 환자 시아의 버킷리스트가 있습니다. 아마 9월은 지나야 티스토리에 올라갈 것 같지만, 그 글이 연상이 되면서 저는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를 둔 암환자들의 버킷리스트란 크게 다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


아직은 젊디 젊은 작가가 건강한 여성을 보며 '부럽다. 뛰어갈 수도 있고, 구두도 신고, 머리 염색도 하고'라는 웹툰도, 의사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여쭈어서 커피 한 잔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도 제 마음을 울컥하게 했던 대목입니다.


그래도 가장 기뻤던 건 마지막 파트에서 항암 치료에 적응을 하고, 여전히 기운은 없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져 '이제는 내가 환자인지 아닌기 깜빡할 때가 있다'는 사기병 윤지회 작가의 말입니다. 물론 여전히 정기 검진에서는 늘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였다가도 '작년에 비하면 이게 어디야'라는 사기병 윤지회 작가의 마인드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일상의 호사'라는 작품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린 아들과 씨름하다 아이를 데려오는 그 시간을, 남들이 보기엔 하나도 특별할 게 없는 늘 똑같은 일상을 작가는 호사라고 표현합니다. 




무언가 잃어버렸던 사람은, 그 말이 무엇인지 알 것입니다. 윤지회 인스타 사기병 웹툰 추천합니다. 그리고, 윤지회 작가가, 작가가 그린 일상의 호사를 계속 누리도록, 간절히 바랍니다. 꼭 건강해지기를 꼭 이겨내기를 소망해봅니다.


참, '토끼와 거북이'라는 웹툰에서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윤작가는 "표현없고 느린 거북이였던 남편의 진가는 내가 아프면서 발휘되었다"라며 "옆 침대 동생은 신랑이 너무 울어서 더 슬프다고 말했다"며 "남편은 한 번도 울지 않았고 나를 환자 취급도 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안 거지만 그때 남편은 지금까지 겪어 보지 않았던 일이어서 뇌가 정지된 느낌이었다고 한다" 며 "남편 앞에선 난 환자가 아니고 한결같이 반지 엄마이자 남편의 아내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깊은 마음을 드러냅니다. 개인적으로 참 공감갔던 게. 전 보호자가 계속, 같이 울거나 슬퍼하면 힘이 더 빠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간혹, 암카페 등에 극진한 투병기 등을 올리며 감정적으로 같이 울고 공감해주는 남편을 보고 부러워하시는 분들이 많던데..개인적 취향으로는 그냥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자기 자리에서 묵직하게 있어주는 남편. 내가 손 내밀때 굳건하게 잡아주는, 윤지회 작가의 남편 같은 분이 저는 더 좋습니다. 아마도 제 남편 스타일과 비슷해서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구요.


사기병 총평!

웹툰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암환자의 일상과 고통을 알려줄 수 있는 만화라 보호자들이 봐도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항암 과정과 정보도 중간중간 조금씩 나옵니다.  암환우라면 읽으면서 울었다가 웃었다가 급 걱정스러워졌다가 또 급 희망과 감동을 느끼게 되는 즉, 온갖 감정 변화를 함께 겪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저처럼 괜히 읽기 전부터 지레짐작으로 과잉 감정이입만 하지 않는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환우의 고통부터 일상의 소소한 행복까지 담아낸 감동적인 웹툰입니다.  (사실 '그림같은 웹툰입니다'라고 썼다가 고쳤습니다.^^웹툰이 그림이라..그만큼 좋은 작품이란 뜻입니다. )


암환자에게 선물하려고 할때 고려사항!

환우의 마음을 그림같이 자세히 잘 담아낸 글들은 제 경험상 수술 전보다는 수술이나 표준 치료를 좀 마치고 '그래도 힘들지만 나 지금 살아있다'라는 그 타이밍에 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막 암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방향도 안 잡혔을때는 차라리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나 정목스님의 '달팽이는 느려도 늦지 않다'. 또는 법륜스님의 책 등 암과 상관없는 마음 수양 관련 책이 정신건강에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암환우지만 아주 담담히 암에 대해 살짝만 그려낸 장영희 교수의 책이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표준치료를 끝냈다면. 그리고 어느 정도 아는 게 있는 환자라면, 사기병 윤지회 작가의 책을 선물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도 마음깊이 다가오는 책입니다.


참, 웹툰이라 어렵지 않고, 즐거운 장면은 재미나게 살려, 일반인이나 특히 암환우 보호자나 암환우 주변인에게는 치료 시기와 상관없이 적극 추천합니다. 책 자체가 가진 가치 외에도, 환자의 마음 변화를 살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참, 웹툰 사기병이 좋아서, 다른 분들의 암투병 웹툰인 '3그램'과 '암은 암, 청춘은 청춘'도 보고 서평 올릴 예정입니다.  참고하세요.


암관련 추천도서

며느라기 작가 수신지의 27살 난소암 투병 웹툰 '3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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