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위지안

서른살 말기암 선고를 받은 저자가 삶의 마지막 과정을 적은 글입니다.

이 책을 고른 건 순전히 위지안이라는 중국인 저자가 유방암 환우였기 때문입니다. 1979년생인 위지안은 서른 살에 교수가 된, 유능하고 장래가 촉망받는 사람입니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 '숲에 미래가 있다'는 비젼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던 중 갑자기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습니다. 위지안은 그 여정을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에 남겼습니다.


 서른 살에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역시 대학교수인 미남 배우자에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까지 있는 성공 인생. 그런 인생을 누릴 만한 충분한 자격이 내게 있다고 믿었다. 남들 이상으로 노력했고 목표에 이르기 위애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으니까. 성공의 법칙이란 그런 것이고 세상은 그런 법칙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내 인생은 불의의 일격을 받고 어이없이 무너져 내렸다. 굳건하게 믿었던 법칙 같은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어쩄거나, 나는 내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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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인생은 이륙 준비를 모두 마친 우주선이 카운트다운 직전에 폭발하듯 무너져 버렸다. 해외 유학은 물론 힘겨운 박사 학위까지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 1년, 신청한 프로젝트가 모두 통과되어 날개를 활짝 펼치려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발췌: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위지안 지음, 예담 출판사


이륙 준비를 마친 우주선이 카운트다운 직전에 폭발하듯 무너져 버렸다는 저자의 표현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유방 절제수술과 위지안 스스로 최후의 여성성이라며, 끝까지 수술하지 않고, 남기고 싶어했던 난소 절제 수술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 위지안에게 건넨 남편의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냥 살아만 주면 돼. 살아서 내 옆에 있어주면, 그리고 우리 '감자'의 엄마로 있어주면, 나는 그 이상으로 지안, 당신에게 바라는 게 없어, 가슴이 있건 없건, 평생 휠체어에 있건 침대에 누워 있건, 그저 지금처럼 나랑 웃으면서 얘기할 수만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난 적어도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 수 있을 거야. 매일 안심하고 잠들 수 있을 거고, 그럴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어. 내 곁에만 있어주면 돼. 그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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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엄마잖아. 욕심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사는 데에만 다 쏟아 부어줘." 

내가 여성성(난소)을 잃고 싶지 않아 갈등하고 있을 때, 남편은 나를 잃을까봐 애를 태우고 있었다. 만약 삶이란 게 혼자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나는 아마 더 쉽게 포기하고 더 빨리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 혹독한 시간들을 버텨내고 난소에 집착하는 욕심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은  혼자가 아니었기 대문이다. 


발췌: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위지안 지음, 예담 출판사


사실, 유방암이 잔인한 건, 여성의 아름다움의 상징이라고 꼽히는 유방 절제는 물론 난소도 치료가 진행되면서 절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치료가 중요하지, 난소가 무슨 소용이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있는 건,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특히 제가 위지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얼마전 자궁내 8cm의 혹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 검사하고 대기하면서, 첫째는 난소암이 아니기를 바라고 바랬고 둘째는 난소와 자궁을 절제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랬습니다. 다행히 일단 흡입술을 하고 향후 지켜보자는 제게 가장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수술대 위에 눕는 그 순간까지도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가능한 난소와 자궁을 절제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제 본마음이었습니다. 


항암 요법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전해줍니다.


세상에는 직접 부딪쳐보기 전에는 암연처럼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어떤 사람에게는 번지점프나 암벽등반이 그럴 것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직장의 해고 통지서가 그럴 것이다. 


암 치료도 그런 일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덜컥 겁부터 나고 포기하고만 싶지만,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맞서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힘과 용기를 발휘할 수 도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발췌: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위지안 지음, 예담 출판사


무엇보다도 이 책은 가족의 사랑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끝까지 함게 하지 못하는 슬픔이 함께 담겨있는 책입니다.


어쩌면 병이란 우리가 평생 살아도 깨닫지 못할 그런 사랑을 일깨워주기 위한 가장 극단적인 처방일지도 모른다


큰 병에 걸린 사람들은 대개 얼마나 더 살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걸 누가 알겠는가? 기적적으로 회생하는 사람도 있을테고,생각보다 오래 사는 사람, 혹은 그 반대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주어진 수명이야 자기 의지로 컨트롤할 수 없겠지만 살아있는 순간을 어떻게 누릴지는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 


차라리 날마다 아프고, 평생을 꼼짝 못하고 산다 할지라도, 이토록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이 즐거워할때 같이 웃을 수만 있다면 그 이상으로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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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고, 그게 너무 억울해서 세상을 경멸하고 중오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아무리 아파도, 세상에는 나보다 더 가슴이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을


좋은 삶이었고, 이 세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후회 없이 화내지 않고 떠날 수 있어 참 좋다.


발췌: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위지안 지음, 예담 출판사


다 읽고 나니, 사실 먹먹하다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듭니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총평!

젊고 유능한 30살의 대학교수가 하루 아침에 말기암 진단을 받고 경험한 생의 마지막에 대해 담은 책입니다. '나는 살아야 한다. 엄마니까, 아내니까, 딸이니까. 그리고 나니까' 라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말기암 환자로써 경험한 것을 가능한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썼습니다. 자신이 왜 암에 걸렸을까에 대한 비학술적 보고서도 작성하고 같은 병원 환우들과 함께 고통없이 자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사입니다. 마지막의 순간까지도 삶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암환자에게 선물한다면!

생의 마지막을 다룬 책입니다. 받으시는 분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암환자에게 선뜻 선물하기에는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반면 삶과 암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은 암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읍니다. 덧붙여 왜 암에 걸렸을까에 대한 비학술적인 보고서와 글의 곳곳에 녹여있는 삶과 가족에 대한 위지안씨의 감사하는 태도는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지표가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순간에도 가능한 용기를 잃지 않고 밝게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남편의 이야기와 마지막 엄마의 이야기도 감동적입니다. 내가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인지,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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